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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슈

공매도와 게임스탑

by 김덴트 2021.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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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e 차트
게임스탑 차트

29일 국내 주식시장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마감하였다. 특히 외인의 매수세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었는데 게임스탑에서 큰 이슈가 터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게임스탑은 텍사스에서 시작하여 미국 전역으로 확장한 비디오 게임 전문 소매 체인이다. 콘솔 및 pc게임. 콘솔기기와 그에 대응하는 주변기기들을 판매하며 중고 게임도 거래가 가능하다. 또한 유명 게임과 영화(스타트렉, 해리포터 등)의 굿즈도 판매하고 있다.

 

엑스박스 시리즈와 플레이스테이션5와 같은 차세대 기종의 출시라는 호재도 분명히 존재했으나 시장의 흐름상 오프라인 매장은 자연스레 수요가 줄어들고 있으며 그 자리를 다운로드 컨텐츠가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었다. 공매도 세력은 이 것을 가만 두질 않았던 것이다.

 

멜빈 캐피탈은 결국 공매도를 실행에 옮겼고 그 규모는 5천만주에 달했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공매도 수량이 게임스탑 총 주식 발행수의 140%가 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기에 분노하게 되었다. 유통주식의 40%가 무차입 공매도인지 아닌지는 정확하게 알 길은 없으나 누가 봐도 과도한 수준으로 공매도가 실행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공매도 세력을 엿먹이기 위해 개미 투자자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공매도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숏 포지션을 취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주식으로 돈버는 방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것인데, 공매도는 인터넷 밈 용어로 말하자면 서순(순서를 뒤집은 말로 순서가 뒤바뀐 상황을 의미함)매매로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비싸게 팔고 싸게 사들여 차익을 내는 구조이다. 그 과정에서 패닉셀을 유도하기 위해 언론과 작당하여 악재를 뉴스로 내며 개인투자자들의 패닉셀을 감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은-특히 게임스탑에 대한 추억이 있거나, 월스트리트에 대한 반감이 강한 투자자들은-공매도 세력이 원하는 데로 해줄 의향이 전혀 없었다. 더 비싸게 사들이면서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반에는 그저 작인 주가조작정도로 생각하고 SNS에 개인 투자자를 도발하는 등 뻔뻔하게 대응했으나 개인 투자자의 결집은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공고한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결국 숏 스퀴즈를 실시, 큰 손해를 입게 된 것이다.

 


숏스퀴즈란

 

자산의 가격이 하락할때 이익을 보는 것이 숏 매도인데, 숏 스퀴즈는 숏 매도자들이 자신의 포지션(롱-상승 포지션이냐, 숏-하락 포지션이냐.)에서 빠져 나오며 자산이 급등할때 발생한다. 매수세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세가 오를때 발생하는데 숏 스퀴즈는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숏(주가의 하락에 베팅)하는 것보다 롤 포지션(주가의 상승에 베팅)하는 사람이 많을때 확률은 높아진다.


여기서 끝이 났다면 굳이 포스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한국 시간으로 1월 28일 오후 11시에 미국 HTS앱 로빈후드를 시작으로 일부 HTS앱이 GME를 포함한 몇가지 옵션들을 구매 불가능 조치를 시행했던 것이다. 주식 시장의 투기 열기를 멈추기 위해 서킷 브레이커나 사이드카와 같은 제도들이 있으나 그런 것들을 발동 시킨 것이 아닌...

매수버튼을 막은 로빈후드
로빈후드 앱에서 막아버린 매수버튼의 모습....대단하다 로빈후드!

매수버튼을 막아버렸다.

로빈후드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미국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앱이다. 한국의 키움증권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데, 수수료가 무료라는 강점을 가지고 점유율을 유지하는 앱이다. 결국 로빈후드는 기관/헷지 펀드가 주 수입원이 되는데, 친 헷지펀드 일수 밖에 없는 로빈후드가 아주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또한 로빈후드의 소유주 중에 시타델 헤지펀드가 있는데, 시타델 헤지펀드는 멜빈 캐피탈에 추가 투자를 한 바가 있는 것이다. 즉 로빈후드를 소유한 시타델이 투자처인 멜빈 캐피탈이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로빈후드에게 매수버튼을 비활성화 하는 방식으로 손해를 막는 행동을 만 천하가 보는 앞에서 감행한 것이다.

 

로빈후드 앱을 쓰지 않고 거래하는 기관은 정상적으로 매수와 매도가 가능했던 것에 비해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매수가 불가능해지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한국에서는 신한금융투자에서도 해당 주식의 주문이 불가능해지는 일이 생겼었다. 이 사실을 아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신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로빈후드의 조치로 헤지펀드들이 한숨을 돌렸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370달러까지도 올라갔고, 다음날 다시 120달러 까지 떨어지는 7연속 하방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면서 주가가 급락했으나 다시 숏 스퀴즈가 터지면서 200달러로 복귀하는 미친 행보를 보여주었다. 

 

이런 로빈후드의 조치이후 뉴욕에서 집단 소송이 발생하였고 이번 숏 스퀴즈로 헤지펀드가 입은 손실은 708억 달러(한화로 79조원 정도)라고 한다.

 

29일에는 로빈후드가 GME의 주식을 투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매각하기 시작하는 (선넘는) 행동을 또 해버린 것이다. 이말인 즉슨, 헤지펀드는 범법행위를 각오하면서 시세조작을 했다는 의미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정신나간 행보에도 멜빈 캐피탈을 회생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당자산을 몽땅 탕진, 자유시장의 기본 원칙을 깨버린 대가는 혹독했다. 주가 폭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다 써버린 로빈후드와 시타델은 게임스탑의 주가가 400달러는 넘나드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우리는 투자자의 편이다'라는 변명에 가까운 인터뷰를 통해 터져버린 멘탈을 인증하는 일 말고는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시트론 리서치는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에 공매도 연구를 중단하겠다고 하며 더 이상 숏 보고서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매도 대신 롱 포지션에 주력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시트론 리서치가 숏 보고서를 낸지 20년만에 사업 방향을 반대로 바꾼다는 의미기도 했다. 물론 그와중에도 헤지펀드들은 엄청난 손실을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포지션을 청산하지 못하고 버티고 있었던 것.

 

30일, 게임스탑 주식의 거래량은 여전히 줄지 않고 328달러로 마감하게 되었다. CNBC에서 보도가 나갔고 전세계 뉴스 미디어에서 게임스탑 공매도에 대해 기사가 나가게 되며 자유시장 역사의 한장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게 되었다.

 

공매도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견이 있고 찬반론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여실히 증명한 사건이 되었고, 자유시장을 존중하는 우파와 직업윤리를 무시하는 기업을 싫어하는 좌파의 대통합을 이루어 내며 텍사스 주에서는 본격적인 조사가 들어갔다.

 

숏 포지션으로 큰 위기를 맞았던 테슬라의 대표, 일론 머스크도 이 사건을 유심히 지켜본 것은 덤이다. 

 

이 사건은 게임스탑에 대한 추억이 서려있는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와 기관을 증오하는 개인투자자와 기관세력의 대결구도에서 개인이 승리한 사건이 될 것이다. 

 


국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성도이엔지 차트
성도이엔지의 당시 차트.

때는 2000년, 코스닥 시장이 한창 붙붙던 그 해 우풍금고가 성도이엔지 주식을 대거 공매도 처리 한 뒤 채워넣어야 할 주식을 구하지 못해 거래를 중개한 대우증권이 주식결제를 못하게 된 적이 있었다.

 

당시 우풍금고는 대우증권 사이버 거래망을 통해 성도이엔지 주식 15만주를 공매도 했다. 여기에 작전 세력들까지 매집을 하면서 주가는 상한가를 쳤는데상한가가 최대 15%이던 시절 8연속 상한가를 갔다가 4일간 거래정지, 이후 다시 6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후 우풍금고는 자본금의 20프로를 날리고 결제불이행으로 인수되었다.

 

이때도 우풍금고의 주식 공매도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알려지자 분노한 개인 투자자들이 성도이엔지 주식 1주씩 사기 운동까지 벌어졌었다. 물론 단순히 수익을 보고 비중을 크게 두고 들어간 사람들 중에는 크게 물려서 한강으로 간 사람도 있다는 풍문도 있다....

 

IMF에서는 한국에게 공매도를 빨리 재개하라는 압박을 주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공매도가 다시 열리고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까지 예상하면서 투자를 해야겠지만 이런 사건들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매도의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공매도는 결국 신뢰문제인데, 이렇게 신뢰와 직업윤리를 깨고 공매도를 치는 기관들이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건전한 주식시장을 만드는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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