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호 기대감을 등에 업고
요즘 게임주들 실적이 안좋다. 코로나 이후 신작도 시원찮고 나오는 신작도 죄다 리니지라이크다보니 이미 이러한 한국 모바일 게임이 지겨워진 유저들은 점점 줄고 매출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중국의 외자판호 발급 이슈가 나왔는데, 거기에는 스마일게이트와 넷마블, 데브시스터즈, 넥슨게임즈에서 서비스하던 게임들이 나와있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게임을 잘만드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내가 게임업계에 있던 2018년에도 그러한 얘기는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그때부터 위기감이 돌았었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사람들이 밖을 못나가니 게임을 많이 하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또 이로 인한 프로젝트 완료일정이 딜레이 되면서 신작없이 실적만 늘어난, 게임업계에 있어서 독이되는 시기를 보냈다.
이 시기에 신작을 차근차근 만들었어야 하는데, 현실에 안주해버린 것이다. 매출 잘나오는데 하던거 계속 하면 돈 계속 버는 거잖아? 이런 마인드가 게임업계에 깔려 있었기에 결국 2023년이 와서야 실적이 크게 줄고 3N으로 불리던 기업들중 일부는 적자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직면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판호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중국 인구수에 비례한 활성 사용자수는 우리나라의 10배 이상도 넘어가는 수준이기 때문에 단순한 셈법으로는 충분히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여기에 대해서 굉장히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일매출 10억, 인기순위와 매출순위 모두 상위권으로 말이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실수와 실패는 여기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게임을 만들었던 커리어가 있지만 서브컬쳐에 대한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또한 서비스하는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진출 -> 대박, 떼돈번다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다.
막상 까고 보니 좋지 못한 순위
중국 런칭 후 매출 순위는 31위, 무료 다운로드 순위 6위로 떨어졌는데, 당연하게도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설레발하고 영 딴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급의 이탈이 크게 나옴과 동시에 갭하락으로 출발, 아직도 주가는 그때 구간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왜 그런 문제가 생겼을까?
블루아카이브는 21년 2월에 일본에 먼저 런칭을 했고 한국은 11월에 런칭했다.
초기에는 분위기가 참 안좋았던 기억이 난다. 블루아카이브가 흥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서비스한지 1년도 넘어서야 유저들이 늘고 매출도 안정적으로 증가했던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일본 매출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왔고 2차 창작에서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지나치게 좋아진 현재 시점만 보고 런칭 초기에 어땟는지를 살펴보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운영상에 미숙한 부분을 현 시점에서는 대부분 해소가 되긴 했으나 서브컬쳐향 게임에서 이렇게 시간차를 두고 서비스하는 게임의 경우 유저들이 '미래시'라고 부르며 여기에 맞춰서 유료 재화 아이템 결제 스케쥴을 맞춘다.
그리고, 이런 서브컬쳐 게임에서는 소위 '인권캐'라고 불리는 없어서는 안되는 캐릭터가 픽업으로 나오는 경우, 이때 재화를 쏟아부어 캐릭터를 뽑고, 풀돌(한계돌파하고 불리는 육성방법, 한계돌파를 끝까지 했을때 풀돌이라고 한다.)까지 시키는 것이 정석이다.
즉, 런칭 초기에는 이러한 요소가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야 나오는데 말이다.
이미 중국 유저들은 글로벌 서비스로 즐기고 있었다.
중국은 괴이할 정도로 검열을 좋아한다. 사회주의 국가로 인민을 통제하는 목적이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도 병적인 수준이다. 나는 이부분을 간과한 것이다.
이미 글로벌 서비스로 즐기던 중국 유저들이 많았다는 것도 문제였다. 중국서버로 옮길 이유가 있는가? 이미 매몰비용으로 인해 옮기고 싶은 마음이 안그래도 적은데 이렇게 검열까지 되어있는데.
이 게임은 여성향 게임이 아니고 남성향 게임이라는 말이다.
증권가의 설레발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성공을 기정사실로 상정하고 리포트를 쓴 듯 했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관점은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해 위협요소를 살펴보지 못한 것은 가장 큰 문제였다. 내가 실패 회고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애널리스트들이 소신껏 하향 리포트를 쓴다거나 하는 분위기가 힘들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목표치로 잡았던 일매출과 매출순위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실패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그때부터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무작정 먹힌다고 말하기 힘든, 현실을 목도하였다. 검은 사막 모바일의 실패는 당연히 펄어비스 주가에 타격을 주었다.
물론, 현 시점에서 펄어비스의 주가가 생각보다 잘나가는 것은 검은사막 '온라인'의 흥행 덕이 있지만 다른 모멘텀으로는 또 검은사막 온라인은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 문법이 다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나.
글쎄....검은 사막은 이미 컨텐츠들이 지나치게 파편화되어 있어서 신규 유저 유입이 매우 힘들다.
현재 검은사막의 흥행은 이런 한계를 개발사에서 인지하고 GM과 개발사가 발빠르게 대처하여 신규 유저의 편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거쳤기 때문이다.
좀 주제를 벗어나긴 했지만, 나는 넥슨 게임즈에 대한 증권가의 설레발에 나 또한 분위기에 휩쓸려 버렸던 것이다.
기대가 컷기에 실망도 컷다
블루아카이브는 충분히 반등의 여지가 있다. 필수 캐릭터의 픽업시기가 오면 매출은 당연히 오를 것이다. 물론 증권사의 예측이 맞을거란 생각은 이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증권가에서 관심을 가질 시기가 올 것이다. 시장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리포트는 수급을 돌아오게 만들고 수급은 주가를 부양한다. 게임산업이 위기이기 때문에 주가도 모멘텀도 부재하다고 느껴지지만, 기업들이 쉽게 무너질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넥슨은 민트로켓이라는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게임성을 추구하는 게임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게임을 만드는 투트랙 전략을 훌륭하게 완성시켰다. 부분 유료화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선구자로 페이투윈의 원흉이라는 얘기도 십수년 들었지만 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개발사의 방향을 다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기대를 안했는데 말이다.
게임성을 위해 노력하는 국내 개발사들
펄어비스는 붉은 사막의 게임스컴 공개가 코앞에 다가왔고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9월 19일 게임패스 데이원 런칭을 한다. 펄어비스는 도깨비로 국내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뭐 하나 나오는게 없었고, 그나마 붉은 사막 정도가 있다. 물론 검은 사막 온라인에 보여준 정성은 충분히 귀감이 되었다. 어쨋든 이렇게 국내 게임사가 콘솔게임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보고 있다.
게임사는 게임을 잘만들어서 돈을 벌어야 게임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희망을 이 두회사에게 거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과는 국내에서 역대급이라 할 정도로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상장 당시 벨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의견도 많았다. 시장의 평가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많았지만, 현명한 사람의 한마디에 나는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패키지 게임을 만들어서 흥행 시킨 것에 대한 벨류에이션을 높게 잡았으니, 비슷한 길을 걷는 기업들의 벨류에이션도 주목해야한다.
시장의 평가에 대해 불평 가질 시간에 왜 시장은 저렇게 벨류에이션을 책정했을까? 에 대해 인정하고 해석을 한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 얘기를 자주 되새기려고 한다.
앞으로는...
넥슨게임즈로 이번달 손실은 제법 뼈아프긴 하나. 배운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업계에 있어봤다고 오만한 태도를 가지지 말고.
리포트의 전망에 대해 무비판적 수용을 하지 말고 스스로 다른 위협요소는 없는지 판단하며.
해당 종목에 대한 시장의 온도가 과열되었는지, 외면받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실패를 기록하는 것은 제법 부끄러운 일이나, 이런 과정 없이 성장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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