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함정
작년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게임 섹터를 분석하려고 꽤 시간을 많이 들였다.
돌이켜보면 전문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투자 성과를 낸다는게 남들이 보기엔 상대적으로 쉬워보일지 몰라도 내가 투자 이력들을 회고할때보면 오히려 지식이 많았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보다는 반대의 경우가 생기는 케이스가 더 많았다.
전문가의 함정에 대해서 미국 주식의 대가들도 종종 언급했던 만큼 나 또한 이를 극복하고 싶었으나 아직까지 완변하게 해소했다고 보긴 힘들다. 그래서 회고의 목적으로 이 포스팅을 쓰는 것이다.
전문가의 함정으로 초래되는 문제들
내가 무언가를 잘안다는 것은 거기에 대한 지식이 많다는 것과 경험이 많다는 것을 동시에 내포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용어, 개념에 대해 일반인들보다 익숙하고 매출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프로세스는 어떤지 잘 안다.
잘안다는 것은 정말 잘아는 것인가? 막상 생각보면 '잘'안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헷갈리고 거기에 부합하는지도 애매하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잘' 안다는 것은 과도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너무 모르는 것도 아닌 적정 수준에서 지식과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자기 객관화를 못했다면 이 단계에서 오류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잘안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잘 못했거나
내가 하는 지식의 전문성에 대한 수준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그래서 생기는 문제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이렇게 생기는 문제들은
- 과도한 전문성
- 편향된 관점
- 과도한 자신감
- 다른 영역으로 전문성 확장을 스스로 막아버림(매너리즘)
- 문제 해결을 위한 복기가 안됨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전문성은 지나친 전문성으로 인해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다 섭렵하려고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편향된 관점은 3,4,5번의 케이스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전문성에 대한 맹신과 자신감으로 편향된 관점을 만들어 내고, 이렇게 만들어낸 편견은 결과가 형편없이 나왔을때 복기 과정을 아예 실행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내 문제가 아니라 외부의 환경이나 운의 문제로 치부하니)
특히 주식에서 전문가의 함정이 걸릴때는 보통 전문분야의 지식과 주식 시장의 지식에서 괴리가 생길때 발생한다.
내가 게임주를 투자하기 어려워 했던 이유는 근본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주식시장의 이해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더 깊이 들어가면,
게임섹터가 주식시장에서 돌아가는 원리를 전혀 몰랐다. PER은 어느 정도가 적정수준이고 시총이나 밴드차트, 매출과 영업이익 등 이런 부분들의 지식을 쌓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데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게임 산업에 대한 지식이 있으니 투자도 무난한 성과가 나오겠거니 한 것이다.
어떻게 극복하고 투자에 활용할 것인가?
결국 전문가의 함정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메타인지의 필요성이다.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 수준은 적절한지 과도한지?
주식 시장에서 해당 산업에 대한 시선은 어떠한가? 전방산업에 대한 업황이 긍정적인가?
내가 한 분야에 전문가라도 해도 주식시장에서는 신생아와 다름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전문성의 함정은 지나치게 잘 알아서 생기는 문제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서도 내가 전문가라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매너리즘은 전문성의 확장을 막는 문제가 된다.
자신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관점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무 경험과 내가 새로이 전문성을 구비해야하는 영역을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이 전문가의 함정을 타파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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